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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치료 가이드

정신과에 다니면 바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정신과 진료가 어렵고 막막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 이것 때문일 겁니다.
1. 대개 병명은 상담 한두 번 한다고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의사는 수십 번의 상담과 환자의 약물 반응을 보면서 진단을 내립니다. 제 경우엔 조울증이란 말은 쉽게 들을 수 있었지만 1형이란 말은 작년이 되서야 들을 수 있었습니다.
2. 풍부한 자료가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수면 시간, 잠은 깨지 않고 자는지, 깬다면 바로 잠들 수 있는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야 다시 잠들 수 있는지, 약을 먹은 뒤 식욕이 돋아 이것저것 먹는다던지, 그래서 체중이 얼마나 늘었다던지, 약을 늘리기 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 전조 증상 같이 느껴지는 것이 있었는지... 깊게 생각해보면 말할 거리는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하기엔 쉽지 않을 겁니다. 번거로움과 혼잡한 마음, 머리가 터져 나갈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치료는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전될 것입니다.
3. (2번과 마찬가지로) 심리 상태를 말할 때 곁들일 설명이 있으면 좋습니다.
단순히 우울하다는 말 대신 좀 더 표현을 풍부하게 해서 말하면 좋겠죠? 저의 경우엔 화가 나고 폭력적인 증세가 있었습니다. '화가 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조증의 증상 중 하나에 충족될 수 있지만 앞에서 말했다시피 제공하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의사는 이해도가 올라가겠죠. 그래서 화가 남으로 인해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외출을 했을 때 어떠한 생각들을 했는지, 가족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부가 설명을 했습니다. 전 갈등이 부모님과 있었는데 주로 생활하는 곳에서의 스트레스와 갈등 상황을 막기 위해 약을 더 쓰다가 입원을 하게 되었죠.
4. 약물 부작용은 그때 그때 보고하세요.
약물 치료를 하다 보면 부작용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하는 때가 많은데 그래도 계속 어필하는 편이 도움이 됩니다.
5. 자신이 먹고 있는 약물들의 이름과 생김새, 효능을 알아 놓으세요.